일기/독서노트

『보랏빛 소가 온다』: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한 길이다

망고고래 2024. 1. 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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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물건을 팔려고 하면 누구도 사지 않는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는 그 속에서 길을 잃는다.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TV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광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았다.(방송의 주시청자층에 따라 광고가 겨냥하는 소비자층이 다르긴 했지만 '평범한' 20대 여성, 30대 여성 같은 식으로 분류될 뿐이었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TV만 보고 있지 않는다. 유튜브를 보고, 숏폼을 보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고, SNS를 보고, 블로그를 보고 뉴스레터를 본다.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몰아치는 정보 속에서 소비자들은 언제나 자극에 노출되어있다. 웬만큼 눈에 확 띄지 않는 이상은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저자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단순히 좋은 게 아니라 '리마커블'한, 눈에 확 띄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상품이나 서비스가 리마커블해질까? 여기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탈 TV 시대의 마케팅은 설계와 생산이 이미 끝난 제품을 매력적이거나 재미있게 만드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아이디어 바이러스가 될 만한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다.(p53)
먼저 시장의 틈새를 찾고, 그 다음에 리마커블한 제품을 만들어라. 그 반대가 아니다.(p115)

 

『보랏빛 소가 온다』가 처음으로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사방에서 온갖 것들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고 거기에 뛰어들어서 주의를 끌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눈에 확 띄기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폭넓은 수요층이 아니라 좁고 확실한 수요층, 오타쿠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아주 매운 음식이나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것 등)을 가지고 그것에 탐닉한 사람들은 금방 제품과 서비스의 진가를 알아보고 신나서 동료들에게 전파한다. 이때 오타쿠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도 오타쿠여야 한다

스타벅스 커피는 실제로 정말 맛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가 커피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중 커피를 아직 안 마신 사람들을 '카페인 미 함유자'라고 부른다. 하워드는 마시고 배우면서 이탈리아에서 몇 개월씩이나 보냈다. 그는 커피 오타쿠다.
리마커블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많은 경우 리마커블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열정적인 사람들한테서 나온다.
…(중략)
스타벅스의 초콜릿이 그들의 커피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하워드는 커피를 아는 것만큼 초콜릿을 알지 못할 거다. 스타벅스는 초콜릿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갖다 팔 뿐이다.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는가, 아니면 그저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p135)

 

   그런데 관심이 별로 가지 않는 것을 만들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투사의 과학을 터득하는 것이다. 제품을 출시하고, 관찰하고, 측정하고, 학습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분명히 이 기법은 제트 여객기 같은, 복잡하고 영업 주기가 긴 제품에는 적당하지 않겠지만, 자동차와 장난감,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있는 대부분의 제품에 적용된다. 매년 2월 장난감 업계에서는 연례 장난감 박람회에서 수백 가지의 장난감을 내놓는다. 하지만 실제로 생산되는 건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 리마커블하지 않는 장난감들은 선보인 시점으로부터 선적일 사이의 어느 시점에 사라져버린다.

 

 

리마커블함을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은 구직자에게도 적용된다. 마케팅은 심리학의 정수이고 결국은 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과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고객에게 어필하듯이 구직자는 채용자에게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이력서를 제출하는)이런 모든 노력은 사실상 광고와 다를 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TV 광고와 아주 다른 광고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매우 비슷하다. 결국 당신의 이력서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관심 없는 누군가의 책상 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중략)
비결은 구직 기법에 있는 게 아니다. 비결은 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않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이 퍼플 카우들은 충격적인 일을 해낸다. 이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프로젝트에 시간을 쏟는다. 이런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때로는 커다란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이런 실패가 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인도하는 일은 거의 없다. 결국은 이 실패라는 것도 사실상 위험이 아니다. 대신 이런 유의 실패 때문에 그들은 다음에 훨씬 더 좋은 프로젝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신이 퍼플 카우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시기는 당신이 일자리를 찾고 있지 않을 때이다. 진로에서는 브랜드보다 안전한 길이 훨씬 더 위험한 길이다. 평생에 걸친 직업 안정의 길은 리마커블해지는 것밖에 없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가장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한 길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것만 고르다보면 눈에 띌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안전한 길이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그만큼 마니아층이 확고한 아이스크림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다. 바닐라향이 더 강한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만들었을 때보다 민트향이 더 강한 민트초코아이스크림을 만들었을 때 오타쿠들의 반응이 훨씬 크다. 민트초코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진저리를 치겠지만 어차피 그들은 민트초코업계의 타깃이 아니다. 그런 상품이 나왔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아니, 오히려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자신에게 과몰입해서 인터넷에 맹렬하게 욕을 퍼붓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만큼 널리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